CAU FINE ART
서양화전공
사람들은 간혹 어떤 것을 보고 그것을 매개로 하여 특정 기억을 떠올린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겪고있는 사람들은 트라우마를 불러 일으키는 나쁜 기억을 떠올리기 싫어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나쁜 기억을 머리 속에서 지울 것이다. 하지만 나쁜 기억을 완벽하게 지웠다고 해서 그것을 불러 일으키는 매개체를 언젠가 다시 본다면 나쁜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으로 시작된 나의 작업은 나쁜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매개체를 담은 사진을 지우개로 지우는 행위로 구체화된다. 지우개 질을 통해 매개체는 시각 정보를 잃어버리고 결국 나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행위는 일종의 세레모니로서 더 이상은 나쁜기억이 떠오르지 않고 궁극적으로 트라우마의 극복을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비록 트라우마의극복에는 상상할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극복 의지가 있는 사람은 기꺼이그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매개체를 지워가는 과정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지우개 질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지우개 가루가 쌓일 지 알 수 없지만 그 과정은 극복 의지가 있는 사람의 건강한 내면을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1. <지우다 #1>, 2020, 특수사진인화지, 바닥에 가루, 108x162cm
2. <지우다 #2>, 2020, 특수사진인화지, 바닥에 가루, 108x162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