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U FINE ART
서양화전공
박예진_Park ye jin
나는 캔버스 위에 나무껍질의 형상을 재현해 내는 과정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 어린 시절부터 사람보다 자연의 풍경에 관심을 가지며 삶에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자연을 찾았다. 그렇게 자연으로부터 위안을 얻는 과정에서 어느 날 문득 나무를 마주하였을 때, 나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거칠고 갈라진 나무껍질을 유심히 바라보며, ‘저들 역시 성장 과정에서 고난을 겪고 세월의 풍파를 견뎌낸 고행의 흔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나무껍질은 나무의 가장 바깥에 위치해 있는 부분으로, 나무가 생장하면서 겉이 터지고 갈라지며 주름과 상처가 생기게 되는데 이것은 성장을 통해 얻게 된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거친 표면은 시각적으로도 피부의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생기는 딱지와 유사하다고 생각하였고, 이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나무껍질에는 나무가 겪은 오랜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 세월의 흔적만큼 나무의 표면은 거칠고 울퉁불퉁하다.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표면의 질감이 두드러지는 나무껍질을 직접 촬영하여 그 사진을 토대로 작업을 진행한다. 나무의 거친 질감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캔버스 위에 모델링페이스트를 반복적으로 두껍게 펴 발라 마티에르를 살리며 작업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후 유화로 나무의 주름을 하나씩 그려나가는 노동집약적 과정을 통해 나무껍질에 담겨 있는 세월의 흔적과 시간의 깊이가 자연스럽게 작업에 녹아들 수 있도록 작업을 진행한다.
이처럼 거친 질감으로 재현된 나무껍질은 나의 상처를 마주하듯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그럼에도 그곳에 굳건히 서 있는 그 자태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듯하다. 이를 통해 작업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저마다 굳건한 한 그루의 나무로 성장해 나가길 바란다.
<껍질1>, 2023, 캔버스에 모델링페이스트, 유화, 145.5×112.1 cm
<껍질2>, 2023, 캔버스에 모델링페이스트, 유화, 162.0×97 cm
<껍질3>, 2023, 캔버스에 모델링페이스트, 유화, 162.0×97 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