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U FINE ART
서양화전공
여상아_Yeo sang a
나의 그림은 일상의 풍경을 수행(training)의 방식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삶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존재를 관찰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화면에 구축한다.
눈으로 인식한, 이상적 형상으로 다가온 대상을 머릿속에서 재구성한 뒤 즉흥적으로 그린다. 따라서 같은 대상을 보아도 그릴 때 마다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 연작을 그리는 과정에서 실제 대상과 그림에 구현된 대상의 차이점을 추출하여 색채의 변화를 강조했다. 현실의 대상과 다른 색을 사용하여 익숙함 속 낯설음을 보여주며, 모티브가 된 대상은 실제 세계의 규칙을 따르거나 어기면서 그림은 구상에서 추상으로 가까워진다. 최종적으로 그림은 대상의 외연을 걷어내고, 재해석과 감상이 쌓여진 결과물이 된다.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존재들이 주목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같은 대상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다. 나는 비교적 덜 주목받는 대상에 매력을 느낀다. 이를테면 페인트가 벗겨진 바닥, 병든 식물, 순간의 그림자 등 사회적으로 가치가 낮은 존재들이다. 영원하지 않다는 점, 보수와 삭제의 대상이라는 점, 미관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방해한다는 점이 이들의 존재가치에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위태로울수록 아름다울 때가 있는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현대미술의 확장성과 가능성은 주위를 바라볼 때 새로운 시각으로, 예술작품에 빗대어 바라보게 한다. 벗겨진 페인트칠이 추상화로 보이거나 앙상한 나뭇가지가 치밀한 구성으로 보이는 등 대상을 다시 보게 되는 경험을 종종 한다. 일상의 사물과 풍경이 새로운 미적 의미를 부여 받고 ‘다시 보는’ 이에게 가치 있는 대상으로 다가간다. 이 경험과 나의 시선에서 보는 세상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보는 이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림은 개인적인 통찰을 담기 보다는 관객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즉, 관객은 그림을 겪고 일상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소외된 공간의 이야기를 화면에 재구성하여 전달함으로써 그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주변의 모든 존재들은 바라보는 시각과 해석에 따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나의 작업 과정이 보는 이에게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어, 사유의 잠재력을 깨우는 영감이 되길 바란다.
<바라보기>, 2023, 캔버스에 유화, 116.8×80.3cm
<다시보기>, 2023, 캔버스에 유화, 116.8×80.3cm
<남기기>, 2023, 캔버스에 유화, 162.2×121.1cm
<나타내기>, 2023, 캔버스에 유화, 100×65.1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