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U FINE ART
서양화전공
이유리_Lee yu ri
나는 캔버스 앞에서 무엇보다 나의 가슴 속 숨겨진 응어리와 탁한 감정들에 집중하고자 한다. 나의 작품들은 표면적으로는 고상하고 여유로워 보이지만, 항상 마음을 졸이고, 눈치를 보고, 쉼 없는 감정 노동을 하는 처량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만들어 주는 하나의 거울이 된다.
나는 유년기부터 공상하는 시간이 많고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항상 변화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유독 쉽게 긴장을 하며 남들보다 빨리 피로감을 느꼈지만, 그들 사이에서 사회적인 결속을 유지하려 아무렇지 않은 척 장단을 맞추곤 했다. 이는 과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빠르게 변하는 지금의 시대는 신중하고 느린 성향의 나에게 불완전하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심어 줬고, 이는 곧 내 작업의 뿌리가 되었다.
마치 절규하듯 스트레스를 방출하며 시작된 페인팅은 이제 나의 감정을 부여받는 대상이 된다. 즉, 나는 외로움, 불안, 질투, 무기력함 등 나 자신이 사회를 살아가며 감추려고 하는 좋지 못한 감정들을 캔버스에 불어 넣는다. 화면 안의 모든 오브제들은 매우 정적이고 고상한 듯 보이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우 잔혹하고 슬프며 불친절하기까지 하다. 이는 매일 삶을 살아가며 괜찮은 척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 나의 모습을 교묘하게 모방하는 것이다. 엉뚱하고 잔혹한 오브제들 아래에 숨겨진 내용은 여러 물체들이 겹쳐지고 섞이며 만들어내는 시각적인 하모니와는 상반되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아이러니한 유희의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얇게 겹겹이 쌓아 올리는 유화 물감은 수채화처럼 한 겹 밑의 색을 투영한다. 비칠 듯 비치지 않게 쌓인 투명한 색의 무덤 역시도 삶이라는 여정 속 이리저리 치이며 복잡하게 얽힌 나의 마음을 보여주는 수단이 된다. 멀리서 바라보면 날이 서있는 작은 묘사들도 가까이 다가오면 다소 뭉툭하게 보이는 것 역시도 하나의 ‘아닌 척’이 된다.
<Cake Thief>, 2023, 캔버스에 유화, 80.3×116.8cm
<Nonalcoholic Disaster>, 2023, 캔버스에 유화, 162.2×112.1cm
<Cocoon>, 2023, 복합매체, 120×130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