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U FINE ART
서양화전공
탁규리_Tak gyu ri
육체는 유전자의 구속이다. 둥글게 배치된 거울 내부는 무한한 듯 보이며 동시에 갇혀 있는 공간이 된다. 머리카락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성을 지닌 개인을 배제하고 유전자의 집합체로써 스스로를 마주하는 경험을 만들었다. 단상 위에 올라가는 행위는 전시에 체험적인 성격을 부여하고 높이 차이를 통한 시선의 변화를 유도한다. 경험은 그저 아는 것과는 달리 관람자의 안에서 작품 세계에 발을 들여놓기 위한 공감대로 기능한다. 이를 나의 시선을 나누기 위한 시작점이자 입구로 삼고 싶었다.
우리는 몸뚱이 하나 가지고 태어나 그 작은 영역 안에서 홀로 무한한 반사상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세상으로 착각한다. 육신은 고작 머리카락 한 가닥에 담긴 정보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는 어떤 이해할 수 없는 인과관계를 통해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진 결론 같다. 그럼에도 그저 정해진 죽음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것은 삶이 아니라 순환이다. 거대한 흐름의 일부로 사라질 순간에 불과하다. 삶에는 성찰과 투쟁이 있다. 우리는 타고남에 갇혀 죽어가는 가축이 아니다.
삶을 살아야 한다. 사는 듯이 살아야 한다.
<감금>, 2023, 거울, 목재, 머리카락, 카펫, 150×150×210cm
<감금-모형>, 2023, 스컬피, 지점토, 목재, 거울, 천, 머리카락, 30×30×30cm